밀턴 프리드먼: "인플레이션은 이 남자가 해결했다" (금리와 투자의 모든 것)
요즘 제 단골 백반집 얘기 좀 해볼까 합니다. 3년 전만 해도 7천 원에 두툼한 계란말이가 나왔는데, 지금은 9천 원에 계란말이가 눈에 띄게 얇아졌습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죠.) 제 월급은 거북이걸음인데, 왜 세상 모든 것의 가격표는 로켓처럼 쏘아 올려지는 걸까요? 바로 **인플레이션(Inflation)** 때문입니다.
우리는 2022~2023년, 40년 만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내 돈의 가치가 녹아내린다'는 공포를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끔찍한 상황이 1970년대에는 10년 내내 지속됐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폭등)'**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케인스주의의 부작용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왔고, 하이에크가 이를 경고했다고 말씀드렸죠. 오늘은 "그래서 그 지옥을 누가, 어떻게 끝냈는가?"에 대한 답을 들고 왔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자유 시장의 수호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입니다.
오늘 '블로그 경제는 관심이다'에서는 밀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어떻게 잡았고, '레이거노믹스'로 이어졌는지 분석합니다. 2024년 3050 직장인 투자자가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을 이해하는 법을 데이터와 함께 파헤쳐 드립니다.
💸 "공짜 점심은 없다": 자유 시장의 엔진, 밀턴 프리드먼
밀턴 프리드먼은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이자, 하이에크와 함께 '시카고 학파(Chicago School)'를 이끈 자유 시장경제의 맹렬한 옹호자였습니다.
그의 철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이 말은 정부가 '선심' 쓰듯 돈을 푸는 정책(케인스주의)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입니다. 정부가 돈을 쓰려면 결국 국민에게 세금을 걷거나(1번 점심값), 빚을 내야(2번 점심값) 합니다. 만약 돈을 그냥 찍어낸다면(3번 점심값)? 그 비용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형태로 모든 국민이 나눠 내게 됩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는 점심값을 낸다는 것이죠.
프리드먼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비효율과 부패만 커진다"고 봤습니다. 그가 보기에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은 '정부 지출(케인스)'이 아니라, 시중에 풀린 **'돈의 양(통화량)'**이었습니다. 이 둘의 차이를 표로 명확히 비교해 보시죠.
| 구분 | 🔵 존 메이너드 케인스 (정부) | 🟢 밀턴 프리드먼 (중앙은행) |
|---|---|---|
| 경제 문제의 원인 | '수요' 부족 (민간이 돈을 안 씀) | '통화량'의 불안정 (돈을 너무 많이/적게 풂) |
| 핵심 변수 | 정부 지출 (재정 정책) | 통화량 (M2) (통화 정책) |
| 주요 플레이어 | 정부 (기획재정부 등) | 중앙은행 (한국은행, 미 연준) |
| 인플레이션 원인 | (별로 중요하게 안 봄) |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서!" |
| 처방전 (경기 침체) | 정부가 빚 내서 사업 추진! (확장 재정) |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꾸준히' 늘려라. (안정적 통화정책) |
🔪 1970년대를 구한 명검: '통화주의(Monetarism)'란 무엇인가?
1970년대, 케인스식 처방(정부 지출 확대)을 썼는데도 경기는 죽고 물가만 폭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쳤습니다. 케인스의 이론은 파산 직전이었죠.
이때 프리드먼은 아주 단순하고 명쾌한 진단을 내놓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인 현상이다. (Inflation is always and everywhere a monetary phenomenon.)"
이 어려운 말을 쉽게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물가가 왜 오르냐고요? 그냥 중앙은행이 돈을 미친 듯이 찍어내서 시중에 돈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즉, 프리드먼에게 인플레이션은 '경기'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돈의 양(통화량)'**의 문제였습니다. "시중에 풀린 돈의 양(M2)이 생산된 재화의 양보다 2배 많아지면, 물가는 2배가 된다"는 것이 통화주의(Monetarism)의 핵심입니다.
이게 사실일까요? 2020년 팬데믹 이후의 데이터를 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Chart 1] 미국 통화량(M2) 증가율 vs 소비자물가(CPI)
(데이터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FRED). 2020년 M2(녹색 선)가 폭증하자, 약 1~2년의 시차를 두고 2022년 CPI(빨간 점선)가 폭등하는 모습)
차트가 명확히 보여주죠. 2020년 팬데믹 때 정부(케인스)가 재난지원금을 뿌리고 중앙은행(프리드먼)이 돈을 찍어내자(M2 폭증), 정확히 1~2년 뒤 물가가(CPI) 40년 만에 최고치로 폭등했습니다. 프리드먼의 50년 전 경고가 2022년에 완벽하게 실현된 것입니다.
프리드먼의 처방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고통스럽더라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시중의 돈(통화량)을 빨아들여야 한다!"
🇺🇸 "작은 정부"의 시대: 레이거노믹스와 프리드먼의 실험
1970년대 말, 스태그플레이션에 질식하던 미국은 프리드먼의 처방전을 받아들입니다. 1979년, 미 연준(Fed) 의장으로 **폴 볼커(Paul Volcker)**가 취임합니다.
그는 프리드먼의 이론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0%**라는 살인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립니다. (지금 5%대 금리에도 다들 힘들어하는데, 20%라니요!)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대출 이자를 감당 못한 기업들이 파산하고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습니다. "볼커 때문에 다 죽는다"는 원성이 빗발쳤죠. 하지만 2년 뒤, 마침내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지독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이 끝난 것입니다.
이 '프리드먼-볼커'의 성공은 1980년 당선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 정책, 즉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의 근간이 됩니다.
- 통화 긴축: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 유지 (프리드먼)
- 감세 (Tax Cuts): 기업과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투자를 유도 (공급주의 경제학)
- 규제 완화 (Deregulation): 기업 활동을 막는 정부 규제 철폐 (프리드먼/하이에크)
- 작은 정부: 정부 지출 축소
[블로거의 분석]
레이거노믹스는 성공했을까요? 이 또한 '양날의 검'입니다.
빛(Success): 1970년대의 인플레이션을 종식시키고, 1980~90년대 미국의 장기 호황(Great Moderation)을 이끌어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주주 자본주의'가 확립되며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죠.
그림자(Shadow):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프리드먼의 말처럼, 이 성공은 막대한 비용을 치렀습니다. 감세와 규제 완화는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심화시켰습니다. 금융 규제 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씨앗이 되었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케인스의 '정부 실패'를 잡으려다 '시장 실패'를 키운 셈입니다.
💡 "중앙은행의 입"만 보게 된 이유 (feat. 2024년 투자자)
자, 이제 이 50년 전 경제학자 이야기가 2024년 3050 직장인 투자자인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우리가 매달 'FOMC 회의'를 숨죽여 지켜보고,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입만 쳐다보는 이유가 바로 밀턴 프리드먼 때문입니다.
그는 "경제 정책의 운전대는 정부(케인스)가 아니라 중앙은행(프리드먼)이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폴 볼커가 그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 이후로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정부의 재정 정책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현대 경제는 이렇게 돌아갑니다. 1. 위기가 온다. (ex. 2020년 팬데믹) 2. 정부(케인스)가 돈을 푼다. (재난지원금) 3. 중앙은행(프리드먼)도 돈을 푼다. (제로금리, 양적완화) 4. 경기가 살아나고 자산 가격이 폭등한다. (2021년) 5. 시차를 두고 '인플레이션'이라는 청구서가 날아온다. (2022년, 프리드먼의 경고) 6. 중앙은행(프리드먼)이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돌변해 금리를 올린다. (2023년) 7. 대출 이자에 고통받고 주식 시장이 무너진다.
3050 직장인 투자자는 이 '케인스-프리드먼 시소게임'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프리드먼의 시대(고금리, 긴축)'에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시뮬레이션] 금리 인상기(프리드먼)에 잘못된 선택
2022년 초,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 (프리드먼식 처방)고 선언했습니다.
- 투자자 A (케인스의 환상): "에이, 설마. 2020년처럼 금방 다시 돈 풀겠지. 지금이야말로 빚(영끌)을 내서 성장주(기술주)에 물타기할 기회야!"
- 투자자 B (프리드먼의 경고): "프리드먼의 경고가 현실이 됐군. '공짜 점심은 끝났다.' 금리가 20%까지 갔던 1980년대를 기억해야 해. 빚부터 갚고, 현금을 확보하고, 고금리 예금/채권으로 갈아타자."
[1년 후 결과]
투자자 A: 금리가 5%까지 오르는 동안 기술주 주가는 반 토막이 났고, 대출 이자는 2배가 되었습니다. 원금 손실과 이자 부담의 이중고로 파산 직전에 몰렸습니다.
투자자 B: 주식 손실은 봤지만 '현금'을 지켰습니다. 5%짜리 고금리 예금과 미국채에 투자해 '이자 소득'을 챙겼고, 폭락한 자산을 살 타이밍을 재고 있습니다.
[블로거의 분석]
케인스의 시대(저금리 유동성)에는 A가 승자였지만, 프리드먼의 시대(고금리 긴축)에는 B가 승자입니다. "중앙은행에 맞서지 말라(Don't Fight the Fed)"는 격언은 프리드먼의 유산입니다. 지금이 케인스의 시대인지, 프리드먼의 시대인지 파악하는 것이 투자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참고할만한 전략
- 전략 1: "M2(광의통화) 데이터를 추적하라."
인플레이션의 가장 강력한 선행지표는 '통화량'입니다. (프리드먼의 핵심)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지(M2 증가) 조이는지(M2 감소)는 당신의 자산 가격에 1~2년 뒤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전략 2: "중앙은행 총재의 '단어'에 집착하라."
그가 '경기 부양(케인스)'을 말하는지, '물가 안정(프리드먼)'을 말하는지에 따라 금리 방향이 결정됩니다. "물가를 잡겠다"고 말하면, 제발 그 말을 믿으십시오. - 전략 3: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뼛속에 새겨라."
정부가 주는 '지원금(케인스)'과 '저금리 대출'은 공짜가 아닙니다. 미래의 '인플레이션 세금(프리드먼)'으로 반드시 돌아옵니다. 현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할 것을 대비해, '가치를 저장하는 자산'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 결론: 프리드먼의 양날의 검, 무엇을 벨 것인가?
밀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잡는 가장 날카로운 검, '통화주의'를 우리에게 물려주었습니다. 덕분에 1970년대의 지옥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검은 너무 날카로워서 휘두를 때마다 '양극화'와 '불안정'이라는 상처를 남겼습니다. 케인스가 '다 같이 잘 먹고 잘살자(총수요)'에 집중했다면, 프리드먼은 '효율성'과 '경쟁(자유 시장)'을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3050 직장인 투자자로서 우리는 이 두 거인의 철학이 충돌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 땐(케인스) 인플레이션(프리드먼)을 대비해야 하고,
중앙은행이 돈을 조일 땐(프리드먼) 경기 침체(케인스)를 걱정해야 합니다.
프리드먼의 가장 큰 유산은 "정부, 특히 중앙은행이 경제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데이터로 증명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정부'와 '중앙은행'이라는 두 마리 고래의 움직임을 모두 읽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 밀턴 프리드먼 vs 하이에크, 둘 다 '자유 시장'이라는데 뭐가 다른가요?
- 매우 중요한 질문입니다! 하이에크가 '철학자'라면, 프리드먼은 '기술자(경제학자)'입니다. 하이에크는 "정부 개입은 왜 나쁜가?"라는 근본적인 철학(노예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왜 생기며, 어떻게 잡는가?"라는 구체적인 '방법론(통화주의)'을 제시했습니다. 하이에크가 '왜'에 답했다면, 프리드먼은 '어떻게'에 답한 셈입니다.
- '통화주의(Monetarism)'는 지금도 유효한가요?
-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1980년대 이후 '통화량(M2)'과 '물가' 사이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금융 혁신 등으로) 그래서 2000년대 중앙은행들은 통화량 대신 '금리' 자체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하지만 2020년 팬데믹 이후 통화량이 폭증하자 물가가 폭등하는 것을 보며, "결국 프리드먼이 맞았다"며 '통화주의'가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 프리드먼은 '작은 정부'를 주장했는데, 왜 중앙은행의 역할은 강조했나요?
- 프리드먼은 정부가 '재량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재정 정책)을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돈의 양(통화량)'은 누군가 관리는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은 정부가 아니라 '중앙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봤습니다. 단, 중앙은행도 마음대로 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지 말고, "경제 성장률에 맞춰 통화량을 매년 3~5%씩 꾸준히 늘리기만 하라"는 '준칙(Rule)'을 따르라고 주장했습니다.
- 레이거노믹스가 '낙수 효과(Trickle-Down)'인가요?
- 네, 레이거노믹스(감세, 규제 완화)의 이론적 기반 중 하나가 '낙수 효과'입니다. 부자와 기업의 세금을 깎아주면, 그들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그 혜택이 아래(서민)로 흘러내린다는 이론이죠. 하지만 프리드먼 자신은 '낙수 효과'라는 용어보다 '자유 시장' 그 자체의 효율성을 더 강조했습니다.
- 투자자 입장에서 케인스, 하이에크, 프리드먼 중 누굴 따라야 하나요?
- 모두 알아야 합니다. 케인스를 통해 '정부 정책(부양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읽고, 하이에크를 통해 '과도한 개입의 위험성(버블)'을 경고받고, 프리드먼을 통해 '중앙은행(금리, 통화량)'이 내 자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야 합니다. 지금이 누구의 시대인지 판단하는 것이 투자 전략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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